대쟁투의 눈물
예수님을 따라가고 있는 줄 알았는데
빌라도를 따라가고 있었다
예수님은 소망 없는 이들의 눈물을
왕의 손으로 닦아 주다가
죽으실 줄 알고도 예루살렘으로 가셨는데
나는 모든 것이 갖추어진 가이사랴의 목사관에서
영혼들의 고민과 아픔을 외면하며 지내다가
예배일이 되면 예배당에 올라간다
최소한 그건 해야 하니까
그래야 사람들이 목사라고 할테니까
나는 빌라도였다
예수님을 흉내 내고 있는 줄 알았는데
빌라도를 흉내 내고 있었다
무너지는 도성 망해 가는 나라를 보고
예수님은 붉은 눈물을 흘리셨는데
위기에 처한 교단 부흥을 잊은 교회를 보는
내 눈에는 한 방울 눈물이 없다
예루살렘이 무너져도 가이사랴가 있어
울 일이 없었던 빌라도처럼
지금의 교회를 보고도 울지 않는
나는 빌라도였다
예수님을 바라보라고 설교하면서
빌라도를 부러워하며 살았다
속 썩이는 교인을 보면서
절대복종 빌라도의 병사들을 부러워했고
노숙하신 예수님을 잊어버리고
빌라도의 예금통장을 부러워했다
예수님은 안고 가신 사람들
아니 당신의 생명을 쏟아 사랑하신 이들을
나는 할 만큼 했다는 그럴듯한 핑계로
관심의 대상에서 제외했다
병들어 쓸모없게 된 병사는
가차 없이 제대 시켰을 빌라도처럼
십자가를 지고 예수님을 따르겠다고 나선
만 스무 여섯 해
수업이 십자가를 말하고
십자가를 가리키고
십자가를 설명하는 목사였다
하늘성소를 말하고
대제사장 예수를 가리키고
속죄의 교리를 설명하는 목사였다
그러나 내 안에 예수의 마음이 없었고
예수의 눈물이 없었다
빌라도를 따라가고
빌라도를 흉내 내고
빌라도를 바라보고 있었다
어쩔 것인가
이제 어떻게 살 것인가
교인들이 모르고 아이들도 모르고
아내까지도 이런 나를 모르니
계속 빌라도를 따라갈 것인가
이제라도 죽기를 각오하고
예수님을 따라가며
대쟁투의 눈물을 흘릴 것인가